중국이 대만문제에 민감한 세가지 이유

2023. 4. 29. 21:13비즈니스/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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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중 관계에서 대만은 "불침항모(不沈航母)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전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문제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에 한국과 중국간의 외교가에서 격한 말들이 오고 갔다. 통 큰 대국외교를 한다고 하는 중국이지만 대만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중국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날카롭게 예민하게 대응하는 까닭은 세가지다.

첫째, 명분이다. 체면에 목숨도 거는 중국이다.

전세계 주요국 중 한국을 제외한 또 하나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세계2위의 대국이고 일대일로를 통해 인류운명공동체를 주장하는 중국이지만 작은 자기나라 섬 하나도 통일 못하면서 무슨 세계평화와 운명공동체를 논하냐는 논리에는 막히고 만다.

그래서 대만문제를 언급하면 중국은 어느 나라건 막론하고 막말 공세를 퍼 부었다. 지난 2022년 7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정상회담에서도 대만문제에 대해 바이든이 언급하자 "불장난을 하면 타 죽는다"는 말을 사용했다.

둘째, 대만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공격하고 봉쇄하는 데 중요한 '절대 가라 않지 않는 불침항모(不沈航母)'이기 때문이다.

맥아더장군은 대만에 대해 “대만은 불침항모(不沈航母)”와 같기 때문에 미국의 서태평양 방어선(일본~오키나와~필리핀)에서 제외시켜선 안 된다는 언급을 하면서 대만의 대중국 봉쇄에서 중요성을 주장했다. 대만은 유사시 미국이 중국 본토를 공격하는데 중요한 군사기지이고 중국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셋째, 첨단반도체 생산기지로서 대만의 중요성이다.

지금 대만은 미중의 반도체전쟁에 뜨거운 감자다. 5nm이하의 첨단반도체 파운드리는 중국과 미국 모두 대만의 TSMC에 의존했는데 미국이 TSMC의 첨단반도체 대중국 수출을 막자 중국은 당장 중국1위의 IT업체인 화웨이가 스마트폰사업을 접었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고, 4차산업혁명의 문턱에서 중국은 첨단반도체의 수급문제로 모든 첨단산업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대만 첨단반도체 수출금지를 통해 중국의 첨단산업을 통제할 수 있지만, 미국 역시 5nm이하 첨단반도체는 모두 대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중국이 대만의 TSMC반도체공장을 파괴하면 미국도 반도체 원시시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통일하게 되어 TSMC 첨단반도체공장을 접수하는 순간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는 반도체강국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패를 쥐게 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산업의 기술진화와 시장 과점화

반도체는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이 아닌 '소유의 법칙'의 시대

지금 반도체는 발명자의 취미생활도, 첨단기술개발로 초고수익의 '발자 이익' 누리는 고수익성 사업도, 재벌의 수익사업도 아닌 국가의 안보산업으로 변했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을 계기로 4차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를 무기로 등장했다.

반도체가 패권장악의 무기로 변신하면서 반도체는 '먹고 사는 경제상품'에서 '죽고 사는 안보상품'으로 그 지위와 기능, 역할이 격상됐다.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없고 숲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을 수 없다. 반도체가 안보상품으로 격상하는 순간 반도체는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목숨을 다투는 전쟁에서 2류는 죽음이고 빌려온 무기, 빌려온 용병으로는 1번의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긴 전쟁에서는 못 이긴다. 반도체는 이제 안보상품으로 올려졌고 다루기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첨단무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용수익 상관없이 확보하는 것이 정답이다. 미국이 파격적인, 외자반도체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정부자금을 5~10년이상 쏟아 붓는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펜타곤이 원자폭탄 개발하듯이 신무기 확보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제 반도체 패권의 법칙은 집적도를 높이는 '무어의 법칙(Moore’s Low)'이 아니라 무조건 1류기술, 무조건 소유하라는 닥치고 '소유의 법칙'다. 4차산업 혁명의 신무기를 확보하는 미국의 프로젝트인 반도체에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없다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만 있다.

IT 하드웨어가 중심이 된 정보혁명 시대의 3차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은 일본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가 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처리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핵심이 되자 미국은 반도체의 외주생산이 아닌 미국내 '반도체 내재화(Semiconductor Inside)' 전략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고 생산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와 성장에 치명적인 독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이 제조에서, 기술에서, 금융에서, 세계 1위였을때는 자유무역과 시장개방 글로벌화가 최고의 선이고 모든 나라가 따라가야 할 철칙으로 인식시켰다.

그러나 2000년부터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 국가들의 진격으로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자 모조리 뒤집었다. 디커플링,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이 시대의 새로운 패션이고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모든 가치에 최우선이다.

미국 대중국 반도체 제재 일지

한국, 일본의 미일반도체협정(1986년)의 교훈을 직시해야

돈 되면 동맹이고 돈 안되면 동맹도 죽이는 것이 냉혹한 국제관계다. 지금 주목해야 될 것은 1986년에 미일반도체협정으로 일본 반도체를 죽였던 미국이 2022년 미일반도체동맹(CHIP4)을 결성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인텔마저 DRAM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1980년대 잘나갔던 일본 반도체를 미국은 1986년부터 5년 단위의 미일반도체 협정 3번을 연장하면서 일본 반도체를 몰살시켰다. 최첨단 기술을 자랑했던 일본 반도체의 몰락의 배경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다.

반도체산업 경영 측면에서는 미국이 보장해준 이익에 취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고 추격하는 한국을 물로 본 일본 반도체업계의 오판이 있었다. 미국의 301조, 덤핑제소, 직권조사로 속수무책 일본은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해 당시 10% 수준이던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1992년까지 20%로 높이고 기존의 반도체 저가 수출을 중단했다. 또 미국의 대일본 반도체 직접투자 금지도 철폐했다. 협정 이후에도 미국은 일본의 미준수를 거론해 보복관세 부과압박, 일본 반도체 산업 감시를 지속했고 그 결과 일본 반도체업계는 몰락했다.

DRAM시장에서 점유율 추이와 나쁜 시나리오

그러나 궁금증은 G2로 MIT가 'Japan Bashing'이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강력했던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국방을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한계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일본 핵우산제거의 위협에 당했다.

37년전 일본반도체산업의 몰락을 잘 봐야 한다. 일본기업이 미국이 보장해준 이익에 만족해 한눈 팔다 반도체를 몰살시켰다는 것은 절반만 맞는 얘기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지금 중국은 반도체를 인체의 가장 중요한 '심장'으로 정의했고 미국은 '안보'로 정의했다. 미국의 안보상품으로 등장한 반도체는 '막가파'다. 뭐든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뒤로는 쇠몽둥이를 내 보일판이다.

지금 미국은 대만의 로직 파운드리의 첨단기술을 확실하게 미국에 내재화할 때까지는 대만에게 온갖 감언이설과 우대 조치를 하고 한국은 대만의 변심이 나오지 않도록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하도록 조정하고 유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첨단기술에서는 양보도, 동맹도 없다.

결국 반도체는 미국이 정의한 데로 안보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대만에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무기를 팔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첨단 반도체공장을 미국에 짓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게는 70년 한미군사동맹을 통해 과거 일본에 썼던 미일반도체협정과 같은 안보 위협을 암시하면서 미국내 반도체공장 내재화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미국에 공장 짓는 것이 정답이라 논리다.

양안위험지수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첨단기술에서는 양보도, 동맹도 없다. 일본과의 미일반도체협정의 사례로 보면 미국은 첨단기술문제에 있어서는 인정사정이 없다. 동맹도 죽인다. 세계 G2인 동맹도 죽이는 데 G10정도의 한국같은 동맹은 말할 것도 없다. 우방이기 때문에, 혈맹이기 때문에 한국은 특별대우나 고려를 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고 환상이다. 미국의 반도체 내재화전략을 냉정하게 봐야 하고 미국의 절박함과 강경한 의지를 오판하면 안된다.

미국에 대해 어설픈 동맹으로 우대를 기대한 접근이나 중국에 대한 과도한 감성으로 접근은 의미 없다. 한국의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한 이상 이젠 서바이벌 게임이고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기술의 세계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없다. 1980~90년대 세계반도체 산업을 호령했던 일본은 21세기 산업혁명시대의 석유데이터를 생산하는 장비인 반도체산업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일본은 30~40년전 이라면 처다 보지도 않았을 대만의 TSMC에 다시 머리 숙이고 보조금 주고 세금 우대하면서 구마모토 지역에 TSMC 공장을 유치하고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다. 이젠 전략물자로 성격이 바뀐 반도체를 일본이 혼자서 맨땅에 헤딩해 다시 만들려면 10~20년 걸릴 판이고 대만 이외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일반도체협정을 반면교사로 한국은 잘 하는 메모리에 특화해 목숨 걸고 반드시 지켜내고 시장을 제패해야 한다. CPU, AP, GPU가 중요하고 기술난이도도 높지만 메모리 없이는 작동이 안된다. CPU든 AP든 GPU든간에 반드시 메모리와 짝을 이루어 칩셋을 만들어야 한다. NVIDIA의 A100이 챗GPT시장의 핵심으로 떠 올랐지만 NVIDIA의 1만달러짜리 A100칩셋에 200달러짜리 한국산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가 없으면 작동이 안된다. 그런데 지금 NVIDIA에 HBM을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의 하이닉스다.

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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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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