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바르부르크 _ 광합성 연구로 암의 비밀 파헤치다

2020. 5. 7. 22:40Life/상식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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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 약 21%를 차지하는 산소는 생물이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산소는 인체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며 모든 세포들이 기능을 수행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그럼 산소가 부족할 경우 세포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인체의 어느 세포라도 산소가 35% 감소하면 사멸하거나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 즉, 산소 결핍이 암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낸 이는 바로 193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하인리히 바르부르크다.

 

오토 바르부르크는 1883년 10월 8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베를린대학 물리학 교수였던 에밀 바르부르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기체의 열전도에 관한 법칙을 발견한 만큼 유명 물리학자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리학과 광화학을 배워 부자가 함께 광합성을 연구하기도 했다.

 

세포호흡에 관한 연구로 193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토 하인리히 바르부르크 박사. ⓒ German Federal Archive

 

오토 바르부르크는 19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에밀 피셔 밑에서 화학을 공부해 1906년 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11년에는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13년 카이저 빌헬름 생물학연구소(훗날의 막스 플랑크 생물학연구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세포 내 호흡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세포 내 호흡이란 산소가 세포에 직접 공급되거나 세포 내에 저장되면서 더 간단한 성분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말한다. 세포 내에서 이 같은 연소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선 촉매나 효소 같은 동력원이 있어야 한다. 오토 바르부르크의 관심사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그 미지의 물질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물질은 세포보다 훨씬 가벼울뿐더러 세포에 단단하게 붙어 있으므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 있는 세포의 연소를 정확히 측정했으며,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가 철을 포함한 적색의 색소이고 혈액 색소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촉매 역할 하는 효소 정체를 최초로 밝혀내

 

이는 살아 있는 세포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의 정체를 최초로 밝혀낸 연구 성과였다. 또한 이 발견은 오늘날 사용하는 전자전달계의 기초가 되었다.

 

오토 바르부르크 박사의 또 하나 중요한 업적은 산소 부족으로 암 발생 메커니즘을 설명한 ‘바르부르크 효과’다. 바르부르크 효과는 원래 식물생리학에서 산소의 농도가 높을 때 식물의 광합성이 중단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처음으로 식물 잎 대신 단세포 생물인 클로렐라를 이용해 산소 발생 능력, 즉 광합성 능력이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저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학에서 바르부르크 효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정상세포는 주로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경로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든다. 즉, 산소 의존적인 세포 호흡에 의해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암세포는 글루코오스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해당과정(글루코오스의 분해)과 그에 동반되는 발효작용에 의해 에너지를 습득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해당과정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것이 바로 암세포의 대사작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이론 중 하나인 바르부르크 효과다. 미친 듯이 성장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암세포가 왜 에너지를 더 적게 생산하는 경로를 사용하는지는 미스터리다.

 

바르부르크 효과로 암세포의 대사작용 설명

 

하지만 바르부르크 효과는 암세포의 위치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이용해 해당과정의 속도가 빠른 곳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바르부르크 효과는 새로운 항암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는 많은 과학자들에게 지금도 좋은 연구 소재가 되고 있다.

 

오토 바르부르크는 1913년부터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의 소장이 되었으며, 그의 지도하에 이 연구소는 세계적인 생화학 연구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그의 제자인 H. A, 크렙스는 1953년, A. H. 테오렐은 195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각각 수상했다.

 

세포 내 호흡에 대한 연구로 193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때까지 오토 바르부르크는 무려 46번이나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944년에도 노벨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나치 정권이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수상을 방해했다.

 

오토 바르부르크는 진보된 첨단 연구법을 도입한 과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광합성의 진행 정도를 측정하는 데 압력계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미량 복사에너지의 측정에는 저항 온도계인 볼로미터를 사용했다. 또한 그가 광합성 연구에 처음 이용한 클로렐라는 이후 교과서에 게재될 만큼 표준화되었다.

 

식물의 이산화탄소 동화와 종양의 신진대사, 그리고 호흡기 발효를 전달하는 산소의 화학성분을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오토 바르부르크는 평생을 미혼으로 살았다. 그는 1970년 8월 1일에 세상을 떠났는데, 사망할 때까지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에서 이사로 재직했다.

 

 

출차: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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