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7. 20:48ㆍLife/한국 생활
책 보고 밥값도 저렴…도서관 출근도장 찍는 은퇴자들
10대 학생들 떠난 도서관, 5060세대가 채워
"경로당 말고 딱히 갈 곳 없다"
도서관 찾는 5060세대 증가
이용 연령대 높아지자
전시·강연에 어학 강좌까지
열람실 대신 문화공간 늘려
“매일 12시간씩 냉·난방 잘 되는 도서관에서 생활합니다. 구내식당에서 저렴하게 끼니도 해결하고요.” 6일 경기 성남시 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서 만난 신모씨(65)는 “정년퇴직 후 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한 지 3년 정도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도서관 좌석 약 180석의 대부분은 신씨처럼 돋보기 안경을 위아래로 옮기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년퇴직 등으로 사회활동에서 은퇴한 5060세대가 도서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스터디카페 확산 등으로 10대 청소년의 이용이 줄어드는 대신 장·노년층 비중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맞춰 공공 도서관들은 과거 열람실 위주로 운영하던 공간을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문화센터로 재단장해 장·노년층 이용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빅데이터 플랫폼 ‘도서관 정보나루’에 따르면 서울지역 도서관의 50대 회원 비중은 2021년 8.2%에서 2025년(1월 기준) 10.12%로 늘었다. 60세 이상 회원 비중 역시 4.9%(2021년)에서 6.74%(2025년)로 증가했다.
주거지가 밀집한 경기지역의 경우 도서관은 고령층 여가 생활을 담당하는 기반 시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50대 회원 비중은 2021년 7.45%에서 2025년 10.26%로 늘었고 60대 이상 회원은 4.57%에서 7.08%로 확대됐다. 전체 이용자 중 50대 이상이 17.34%에 달하는 셈이다.
도서관 이용자의 연령대가 높아진 주된 이유로는 고령층이 도서관을 제외하고 딱히 머물 곳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경로당은 2008년 5만7930개에서 2023년 6만8792개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경로당 이용률은 46.9%에서 26.5%로 감소했다. 16년간 전국의 경로당 수는 늘었지만 노인들의 실질적인 이용률은 낮아진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은퇴자들은 노인 전용 경로당 대신 온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과거 도서관을 찾던 학령인구가 스터디카페로 이탈하면서 도서관의 고령화는 더 가속화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전국 스터디카페는 2015년 112개에서 2024년 6944개로 6100%나 늘었다.
10대를 포함한 연간 도서관 이용객은 최근 10년 새 반토막 났다. 도서관당 연간 방문자가 2014년 31만2481명에서 2023년 15만9137명으로 49.07% 감소(전국 도서관 통계)했다. 같은 기간 전국 도서관이 930곳에서 1271곳으로 36.66%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전체 이용객은 줄어든 반면 장·노년층 비중은 증가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서관을 전시와 콘서트, 강연 등을 하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도서를 보관하는 문헌정보실과 열람실 중심의 정적인 기존 분위기를 확 바꾸겠다는 취지다. 주요 이용자의 연령대에 맞춰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재취업 자격증 강좌’도 운영한다. 서울에선 고령층을 겨냥한 생활영어교실 강좌를 개설하는 곳도 적지 않다.
도서관이 동적인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도서관당 평균 좌석 수는 2014년 367석에서 2023년 282석으로 23.16% 감소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도서관 열람실은 계속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도서관을 북적이면서 활동적인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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