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비과세 배당’ 뭐길래

2025. 2. 20. 20:30비즈니스/경제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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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주가 왜 뛰나 했더니…
작년 배당률 8.36%

‘비과세 배당’이 주식 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아직까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선제적으로 투자자에게 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는 배당 정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자 이목이 집중된다. 개인 주주는 원천징수 없이 배당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대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배당금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기대되는 효과가 더욱 크다. 또한 법인 주주는 법인세 과세 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우리금융 본사 전경.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우리금융 본사 전경.

배당수익 증가 효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불포함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월 7일 경영실적 발표에서 비과세 배당 도입 계획을 밝혔다. 주주환원율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자본잉여금 중 3조원을 이익잉여금 계정으로 이입해 향후 3~4년에 걸쳐 비과세 배당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3월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안건을 통과시켜 올해 회계연도 결산 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즉, 내년 지급되는 배당부터는 비과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배당금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재원으로 한다. 그러나 비과세 배당은 주식발행초과금처럼 기존 주주가 증자에 참여해 내놓은 출자금을 현재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이유로 ‘감액 배당’으로도 불린다.

비과세 배당이 개인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 전망이다. 개인 주주는 15.4% 배당소득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배당수익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자나 배당소득 합산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근로·사업·연금소득 등까지 합산해 최대 49.5% 누진세율을 내야 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세제 혜택은 더욱 크다는 뜻이다. 법인 주주 역시 법인세 과세 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면서, 주주 입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세후 배당수익률은 KB·신한·하나금융지주를 넘어설 전망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지주의 세후 배당수익률은 KB·신한·하나금융지주와 비교해 올해 3.4%포인트, 내년 4%포인트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잉여금 전환 안건이 통과되면 주가 상승 동력이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투자자 기대가 커지면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비과세 배당 도입 발표 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무려 12%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쏟아진다. 우리금융지주의 배당 규모를 고려할 때 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지주는 배당 성향 30%로 배당 비중이 크고, 배당수익률도 약 8%로 높은 편”이라며 “비과세 배당을 다른 업계에서도 실시한 적이 있으나 배당 규모가 큰 우리금융지주 주주의 실질 배당소득 확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지주 비과세 배당이 이슈가 되면서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도입이 기대되는 종목이 다수 눈길을 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자본준비금의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넘기기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한 횟수는 총 98건이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넘기는 절차는 비과세 배당을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지난해 2월 롯데하이마트가 자본준비금 중 3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겠다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으며, 에코프로·신영증권·동인기연·한미사이언스·제주항공 등도 같은 절차를 거쳤다. 이들 기업은 언제든 비과세 배당 카드를 꺼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레드캡투어 또한 비과세 배당을 발표하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레드캡투어는 지난 2월 13일 보통주 1주당 2000원의 배당 계획을 내놨다. 이 배당 재원 334억원은 지난해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480억원 중 일부로, 비과세 대상이다. 이에 레드캡투어는 2월 13일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당수 기업이 비과세 배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라며 “금융당국이 세제 혜택만 제공하면 대주주가 얼마든 배당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수 부담 과제로

분리과세 속도 낼 듯

다만 정책의 지속성을 두고는 물음표가 붙는다.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경우, 자본준비금을 배당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때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에만 비과세 배당이 가능하다. 모든 회사가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비과세 배당에 대한 기업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지주지만 얼마나 비과세 배당 정책을 이어갈지는 당분간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주 간 분배가 왜곡된다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유상증자 때 출자자로 참여해 주식을 취득한 주주는 배당 원천이 되는 자본잉여금이 발생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 주주는 이 같은 자본잉여금 발생에 기여하지 않고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킨다.

세금을 걷는 과세당국의 세수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가 연간 1조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과세 배당으로 빠지는 세수가 적잖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연간 현금 배당 규모는 각각 1조원을 넘겼으며, 우리금융지주도 9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고려하면 금융권 전반으로 비과세 배당 도입이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현금 배당 규모를 연간 4조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들이 모두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경우 약 6000억~7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나는 상황”이라며 “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둘러싼 정치권 논의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세법 개정안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추진했다. 개인 투자자의 배당소득세를 낮추고, 배당을 늘린 기업에는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융 업종 세미나를 가면 비과세 배당에 대한 질문이 빗발친다”며 “우리금융 외 다른 금융지주의 도입 가능성에 투자자 관심이 높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어 “다른 금융지주에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할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며 “도입을 위해서는 자본비율뿐 아니라 정치적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s://www.mk.co.kr/economy/view/2025/103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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