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6. 21:03ㆍLife/요리 & 생활
골마지와 푸른색 곰팡이가 모두 생긴 고추장. 흰색은 골마지고, 고추장 가에 생긴 푸른색 막은 곰팡이다.
오래된 고추장을 꺼낼 때 간혹 하얗게 핀 곰팡이를 볼 수 있다. 대부분 곰팡이가 포자로 번식하다 보니, 곰팡이가 핀 식품은 당연히 먹지 말아야 하고 주변에 있던 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귤에 곰팡이가 폈다면, 핀 부분만 떼고 먹는 게 아니라 귤 하나를 다 버려야 하는 식이다. 예외가 있다. 바로 고추장이다. 고추장은 흰 곰팡이가 펴도 덜어내고 먹어도 된다. 왜 그럴까?
정확히는 곰팡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추장 위에 잘 생기는 흰색 막은 '골마지'다. 산소와 반응하는 효모가 생성한 산물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아 걷어내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효모 발효 과정을 거치는 장류, 김치 등 식품에 모두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세계김치연구소 미생물기능성연구단 김태운, 노성운 박사 연구팀이 김치 골마지를 유발하는 효모 5종을 밝혀내기도 했다. 원인 효모들은 ▲Hanseniasporauvarum ▲Pichia kluyveri ▲Yarrowia lipolytica ▲Kazachstania servazzii ▲Candida sake 등으로 확인됐다. 한국식품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밝히고 있는 개량식·재래식 고추장 발효숙성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 효모는 ▲Candida ▲Pichia ▲Saccharomyces ▲Zygosaccharomyces 등 4속이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팀이 꼽은 골마지 유발 효모와 Candida, Pichia 속이 겹친다.
골마지에 독성은 없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팀이 골마지를 대상으로 독성 실험은 한 결과, 특별한 독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전체 분석 결과 에서도 독성 관련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식품의 품질은 저하시킬 수 있어, 골마지가 생긴 고추장이나 김치는 맛이 떨어질 수 있다. 푸른곰팡이가 폈다면 분명한 곰팡이이므로 전부 버리는 게 안전하다.
골마지를 덜어낼 때는 물기가 없는 주걱이나 숟가락을 이용해야 한다. 식품 속 수분 활성도를 높이면 곰팡이가 필 가능성이 커진다. 덜어낸 후에는 숟가락으로 펴 빈 공간을 메워준다. 그냥 덜어내기만 하는 게 찝찝하다면 고추장을 솥이나 냄비에 넣고 약불에 달인 후 소금을 살짝 추가해 주면 된다. 소금은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용매가 이동하는 삼투작용을 유발해, 식품에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할 때 필요한 수분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또 식품에 있던 세균이나 곰팡이도 삼투압으로 세포막과 세포질이 분리돼 생육이 억제된다.
아무리 무해한 성분이라도 골마지가 생기는 게 찝찝하고 싫다면, 김을 이용하면 된다. 고추장에 김을 한 장 올려두면 골마지뿐만 아니라 실제 곰팡이가 생기는 것도 억제할 수 있다. 골마지는 효모와 산소가 만나서 생긴다. 김으로 고추장 윗부분을 덮으면 고추장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막아 효모와 산소가 접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김 속 요오드는 곰팡이나 균의 세포막을 파괴해, 곰팡이 생성도 억제한다. 구운 김에는 요오드가 거의 없으므로, 생김을 이용하는 게 좋다. 요오드가 풍부한 미역이나 다시마를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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