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6. 22:17ㆍLife/상식 & 교육
100세 시대를 맞아 장년층과 노년층의 필수 영양소로 떠오르고 있는 비타민이 있다. 잘 알려진 비타민 A, B, C, D가 아니다. 지난해 초 미국의 유통체인 ‘내추럴 그로서’가 영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19년에 떠오를 건강보조식품으로 선정한 비타민K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국 터프스대학의 연구진이 지난해 6월에 발표한 연구결과는 비타민K의 효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학의 새러 부스 교수팀은 남녀 노인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최장 10년 동안 6개월마다 혈중 비타민K 수치를 측정하고 신체 운동기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혈중 비타민 K비타민K 수치가 낮은 노인들은 정상 수치의 노인에 비해 운동성 제한 위험은 1.5배, 운동성 장애 위험은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성 제한은 쉬지 않고 400m 거리를 걷거나 계단 열 칸을 올라가는 것이 다소 어려운 경우이며, 운동성 장애는 그런 활동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즉, 비타민K 결핍이 노인들에게서 가장 무섭다는 운동기능 장애의 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비타민 중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비타민 B이며, 뒤이어 비타민 A가 발견됐다. 이후 발견된 비타민들은 순서에 따라 알파벳이 차례로 붙어 C, D, E로 명명됐다. 그런데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 K는 발견 순서가 아니라 덴마크어의 ‘응고(Koagulation)’라는 단어의 첫 알파벳을 빌어서 명명됐다.
그 이유는 이 비타민을 최초로 발견한 이가 덴마크의 생화학자 헨리크 담이기 때문이다. 1895년 2월 21일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그는 코펜하겐 공과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한 후 강사가 되어 화학을 가르치다 1929년 코펜하겐대학 생화학연구소의 부교수가 되었다.
출혈을 예방하는 삼나무 씨앗
바로 그 무렵 헨리크 담은 닭의 콜레스테롤 합성 과정을 연구하던 중 합성사료를 먹인 닭의 피하질이나 근육에서 출혈이 생기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그중 한 마리의 닭은 혈액이 정상보다 느린 속도로 응고되었다.
처음에 그는 그런 현상이 괴혈병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비타민 C와 다른 비타민들이 들어간 사료를 차례로 닭에게 먹였다. 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자 그는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비타민이 그런 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연구를 계속하던 중 그는 삼나무 씨앗을 첨가하면 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삼나무 씨앗에 함유되어 있는 미지의 물질에 대해 그는 혈액 응고에 필요한 비타민이라는 뜻에서 비타민K라고 명명했다.
헨리크 담은 비타민 K가 양배추, 토마토, 자주개자리 씨앗 등의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의 간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타민K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장 단백질인 프로트롬빈의 형성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프로트롬빈은 혈소판과 칼슘 이온 등의 작용으로 트롬빈 효소가 되는데, 그것이 다시 피브리노겐이라는 단백질에 작용해 가느다란 그물 모양의 피브린을 만들어 혈액 응고를 일으킨다. 즉, 비타민K가 없으면 프로트롬빈이 만들어지지 않게 되어 트롬빈이 만들어지지 않고 최종적으로 혈액 응고에 필요한 피브린도 형성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비타민K의 화학 구조 분석 및 실험실에서의 합성은 에스트론이라는 성호르몬을 연구하던 미국의 유명 생리학자 에드워드 도이지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헨리크 담이 비타민K를 발견한 지 4년 후인 1939년에 동료들과 함께 삼나무 씨앗에서 비타민 K1을, 그리고 생선에서 비타민 K2를 순수한 결정 형태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에서 비타민 K 합성 성공
뒤이어 그는 비타민 K의 화학 구조를 분석하고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 동일한 비타민K를 실험실에서 합성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헨리크 담과 에드워드 도이지는 194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비타민K의 효능은 노인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신생아의 출혈 억제에 있다. 신생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은 대부분 비타민K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출산 전의 산모에게 혹은 출산 즉시 신생아에게 비타민K를 처치하면 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비타민 K가 인체에서 하는 일은 아주 많다. 비타민K는 뼈의 성장을 돕고 골다공증과 심장 질환을 예방한다. 간과 담낭관에 문제가 생긴 황달이나 만성 장질환 등도 비타민K를 이용하면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비타민K는 이 같은 질환의 치료뿐만 아니라 출혈성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혈액 응고와 관련된 복잡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즉, 이론과 관련된 기초과학 및 치료의 응용과학 등 모든 면에서 이 비타민의 연구 업적은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노벨위원회는 수상 연설에서 헨리크 담과 에드워드 도이지의 연구 업적이 인류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발견을 기리고자 했던 알프레드 노벨 박사의 뜻과도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출처: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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