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빈슨 _ 모르핀 구조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다

2020. 5. 6. 21:57Life/상식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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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초의 현대적인 의약품은 모르핀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모르핀은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만성 중독을 일으키고 사용을 중단하면 심각한 금단현상을 일으키는 중독성 약물이다. 그러나 모르핀이 지닌 탁월한 진통 및 최면 효과 덕분에 인류는 마취제를 개발해 고통 없이 수술을 하게 되었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꽃을 피우는 양귀비의 덜 익은 열매에 상처를 내어 흘러나오는 액을 채취한 것이 생아편이고, 거기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농축시키면 아편이 된다. 이 아편의 성분 중 동물에게 독특한 생리작용을 일으키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바로 모르핀이다.

 

‘식물의 물질’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된 알칼로이드는 고대부터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다. 모르핀 외에도 코카인, 카페인, 니코틴, 퀴닌 등이 모두 알칼로이드 물질이다.

 

모르핀 등 알칼로이드의 구조 결정에 대한 업적으로 194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로빈슨. ⓒ britannica.com

 

신이 내린 3대 의약품으로 불리는 모르핀과 아스피린, 페니실린은 모두 식물이나 세균에서 나오는 물질의 구조 및 특성을 화학적으로 밝혀 특정 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그중 모르핀 분자 구조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이가 바로 영국의 화학자 로버트 로빈슨이다.

 

그는 1886년 9월 13일 체스터필드주의 더비셔에서 외과용 드레싱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0년에 맨체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12년 시드니대학의 유기화학 교수로 임명됐다.

 

1915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로버트 로빈슨은 1920년까지 리버풀 대학, 1922년부터 1928년까지는 맨체스터대학의 유기화학 교수로 재직했다.

 

식물이 단일 분자 만드는 비결은 아미노산

 

모르핀을 최초로 분리한 이는 1805년 독일의 약제사 제르튀르너였다.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어는 1898년에 모르핀 등을 유기산으로 처리한 후 디아세틸 모르핀을 합성해 헤로인이라는 상품명으로 발매했다.

 

하지만 모르핀을 포함한 알칼로이드 물질들은 화학적 구조가 매우 복잡해 구조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모르핀 분자는 40개의 원자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들 각각의 원자는 나머지 원자들에 대해 정확한 위치를 가지고 있을 만큼 매우 복잡했다.

 

로버트 로빈슨은 대단한 실험적 기술과 날카로운 창의력으로 1925년 모르핀 분자 구조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스트리키닌 구조의 근본적 특징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데도 성공했다.

 

마전과 식물의 종자에 함유되어 있는 알칼로이드인 스트리키닌은 중추신경흥분제 등 의학적 효능을 가지지만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면 독성이 매우 강한 독약이 된다. 스트리키닌 분자는 모르핀보다 더 많은 47개의 원자를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하르말린, 피조스티그민, 루타카르핀 등 많은 알칼로이드의 연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또한 모르핀 외에 파파베린, 나르코틴 등의 분자 배열을 정의하는데 크게 기여했는데, 이러한 발견은 말라리아 치료제의 성공적인 생산으로 이어졌다.

 

그럼 식물들은 어떻게 이 같은 단일 분자들을 만드는 것일까. 이에 대해 로버트 로빈슨은 단백질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이 식물의 단일 분자 생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코카인과 밀접하게 관련된 물질인 트로핀 합성으로 증명되었다.

 

산악인이자 열정적인 체스 선수

 

그의 이 같은 유기화학적 성과는 생물학과 약학 분야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194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유기화학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는 많은 유기 물질의 구조 및 합성뿐만 아니라 유기 반응의 전기화학적 메커니즘도 다루었다.

 

유기화학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그는 국제적인 유기화학 논문지인 ‘테트라헤드론’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1930년부터 1955년까지 옥스퍼드대학의 유기화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1939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또한 그는 1947년에 개최된 유네스코의 첫 번째 회의에 영국 대표로 참석했다.

 

로버트 로빈슨은 1912년에 맨체스터대학의 동급생이던 거트루드 모드 월시와 결혼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다양한 분야의 화학 연구에서 협력했는데, 붉은색‧푸른색‧보라색 등 식물에 나타나는 수용성 색소인 안토시안계 색소에 대한 연구가 그에 해당된다.

 

알프스와 피레네 등을 등반할 만큼 열렬한 산악인이었던 로버트 로빈슨은 열정적인 체스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영국 체스연맹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말년에는 ‘체스 기술과 과학 : 단계별 접근법’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봉투나 담뱃갑, 냅킨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종이에 복잡한 화학 공식을 갈겨쓰기를 즐겼던 그는 1975년 2월 8일에 세상을 하직했다.

 

 

출처: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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