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똑똑해진다

2020. 9. 25. 21:03Life/운동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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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학교 운동장, 축구골대, 농구대와 멀어져야 했던 아픈 기억들이 떠오른다. 

운동을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대학입시가 가까워올수록 정규 체육시간이 없어지고 자습이나 보충시간으로 그 시간을 메워야 했다. 

당시 학교 체육시간이 아니면 방과 후 학원, 야자, 과외 등으로 몸을 움직일 시간이 거의 없었다.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지금의 40~50대 학창시절은 현재보다 더 심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었다. 그러한 인식을 품고 성장한 부모들은 또다시 자신들이 겪은 인습을 자녀들에게 전수한다. 과연 공부에 집중하려면 운동을 멀리해야만 하는 것일까?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에는 필 롤러라는 체육교사가 제안한 0교시 수업이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400m 트랙을 최대 심박수의 80~90%에 가깝게 전력 질주를 시키고 본 수업을 시작했다. 

격렬한 운동으로 학생들의 두뇌를 깨운 후 교실로 들여보낸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읽기 능력과 문장 이해력에 커다란 향상을 가져왔다. 

이러한 결과는 네이퍼빌 203학군의 초중고 학교로 확대되었고, 1999년 38개국 23만 명이 참가하는 팀스 테스트에서 네이퍼빌 학생들이 과학에서 1등, 수학에서는 6등을 차지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 줬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운동은 신경세포성장인자의 분비를 촉진한다. 기억이 증가하고 뇌 활동이 왕성해진다는 것은 뇌와 같은 신경조직의 기본 단위인 뉴런 간의 연결이 치밀해지고 강해진다는 뜻이다. 

운동으로 분비되는 신경세포성장인자는 이러한 신경조직(뉴런)을 자라나게 하고 단단히 결속시킨다. 이들은 신체 기능을 강화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세포의 소멸을 늦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과는 세포 차원에서도 이루어지지만 뇌의 해마 조직에서도 왕성하게 일어난다. 

이렇게 확장되고 강화된 뇌 조직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용이하다. 체육수업이 학습에 사용되는 세포를 만들어주고, 다른 과목 수업이 기존 네트워크와 융합하는 데 필요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유산소운동은 뇌 속의 밭을 풍요롭게 하고 지식의 습득은 그곳에 씨앗을 뿌리는 효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강도 높은 운동이 끝난 직후는 창조적인 사고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2007년 4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쪽 그룹은 영화를 보게 하고, 다른 그룹은 러닝머신을 뛰게 한 후 평범한 물건을 두고 얼마나 독창적으로 많이 이야기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영화를 본 그룹에서는 전후 차이가 크게 관찰되지 않았으나, 러닝머신을 뛰었던 그룹에서는 단 한 번 달리기로 대답 속도와 창조적인 생각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작가의 자리에 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름난 마라토너다. 33세라는 나이에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글쓰기와 달리기를 같은 선상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가 작품의 영감을 떠올리는 시기는 매일같이 달리고 난 이후 펜을 잡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착실하게 쓰기 위해 신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하루키는 달리기가 창조적 사고력과 독창적 언어유희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나 역시 하루 중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저녁 10킬로 달리기를 마친 후로 할애한다. 나도 몰랐던 생각과 영감 그리고 무수한 상상력이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떨어지는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달리기는 뇌의 각성과 집중력을 높여주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조직(뉴런)의 잠재력을 향상시켜 학습에 직접적인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또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인지사고능력을 키우는 데 효율적이다. 어린 시절, 뇌가 더 말랑말랑한 시기에 운동과 학습을 병행한다면 우리의 뇌가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민족사관학교나 일부 사립고에서는 0교시 달리기 수업을 시행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달리기는 신체뿐 아니라 두뇌도 발달시킨다는 사실은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지식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엄친아들은 먼저 운동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 남혁우(정형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외래부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남정형외과 원장이다.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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